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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충구 전 현대자동차 사장

작성일
2020-04-20
조회수
111,259

자동차 핵심기술의 독자 개발을 이끈 마에스트로 이충구 전 현대자동차 사장

국산 자동차 1호인 포니 개발의 주역인 이대리, 이충구 전 현대자동차 사장이 과학기술유공자로 선정되었다. 오늘날 자동차 산업을 일군 모든 이들과 이 영광을 함께 하겠다는 소감을 밝히며 70년의 성장 신화의 상징이자 자동차를 사랑하는 그의 삶과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충구 전 현대자동차 사장

 

포니 개발의 주역, 李대리

국내 자동차 산업 역사의 산증인으로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과학기술유공자에 이름을 올린 이충구 전 현대자동차 사장과의 인터뷰는 그가 아껴뒀던 젊은 시절의 보물 상자를 열고 그 안을 들여다 본 느낌이었다. 이제는 지나버린 시간, 그러나 결코 잊을 수 없는 생생한 기억들은 그의 감정을 자꾸만 건드렸다. 무모했지만 용기 있었던 그 걸음들이 이제는 추억의 뒤켠에 머물러 있음을, 또 그것을 이제는 계속 되뇌어야만 한다는 아쉬움이 인터뷰 내내 묻어 나왔다.

“이런 얘기를 해도 될까 모르겠어요. 국내 자동차 산업이 국가 경제 발전을 이끈 첨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정을 받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렇게 영광스러운 상을 주시니 이런 저런 생각이 뒤섞이는 것 같아요. 저를 유공자로 인정해 준 것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인정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아요. 국내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일구는 데 함께 힘써 온 다른 숨은 주역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한국 자동차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오늘날 널리 알려진 현대자동차 총34종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이 전 사장이 이대리 시절 만들었다는 ‘이대리 노트’는 현대자동차의 ‘나침반’이 됐다. 이 노트가 없었다면, 대한민국 최초 고유모델인 ‘포니’가 탄생할 수 없었을 거라는 말도 결코 과장이 아님을 자동차 업계에 몸담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얘기다. 

 

자체 기술로 만든 포니의 성공

1973년 정부는 3년 안에 국내 자동차 산업을 100% 국산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당시 자동차의 국산화율은 겨우 38%,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하루에 포드의 자동차인 코티나 2~3대를 조립하는 것이 고작이었던 때였다. 1년에 겨우 1,000대를 생산하는 수준이었고, 이는 다른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1976년 자체 기술로 만든 ‘포니’를 선보였고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국내 시장 석권은 말할 것도 없었다.

“포니는 한국의 첫 자동차 모델이라는 기록 외에도 각종 신화를 낳았습니다. 1986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것도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일이었어요. 그 덕분에 한국은 오늘날 손꼽히는 자동차 생산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자동차 선진국의 문턱은 높아요. 포니 프로젝트가 여전히 진행 중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자동차를 향한 무한사랑으로 영원히 빛날 불굴의 도전정신

자동차에 대한 애정에서 만큼은 여전한 청년(靑年)의 마음인 이 전 사장. 과학기술유공자란 이름표와 함께 그의 이름 석 자가 빛났다. 물론, 자동차란 세 글자도 함께였다. 후세대에게 자동차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에게 자동차는 영원히 끝나지 첫사랑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이 전 사장이 내뿜는 에너지엔 누수가 없었다. 일흔다섯이란 숫자는 그에게 별다른 의미를 주지 못했다. 오히려 일에 빠져 그간 해보지 못했던 것을 하나씩 해보고 있다는 그의 말에서 행복감이 흘러 넘쳤다. 이제 그는 또 다른 시작점 앞에 섰다. 과학기술유공자라는 이름으로 그가 전할 수 있는 건, ‘한국 최초 고유 모델 개발’이라는 임무를 치열하게 수행했던 그때의 그 뜨거운 가슴과 불굴의 도전정신이 아닐까.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다른 시작점 앞에 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충구라는 과학기술유공자의 삶의 궤적을 우리가 먼저 되짚어 봐야 할 때다.

 

≪이충구 유공자 인터뷰 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O8lR9klLH8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