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과학기술자 예우·지원 제도 현황-①아시아
국가발전의 역사를 살펴보면, 과학기술을 중시하고 기술자를 우대한 나라들이 모두 선진국이 되었다.
영국은 외국에서 오는 기술이민자들에게 관세 면제, 사업자금 대출, 주택 공급 등의 특혜를 준 덕분에 가장 먼저 산업혁명을 일으킬 수 있었고, 독일 역시 과학기술자 우대 정책을 바탕으로 기술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일본 역시 명치유신(明治維新) 이후 외국의 과학기술자들을 초청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했는데, 총리대신의 봉급이 800엔이던 시절 영국 철도기술자에게 2000엔을 주었다고 한다. 프랑스와 미국 등도 마찬가지의 과정으로 발전을 이루었고, 우리나라 역시 빠른 산업발전의 배경에는 1970년대에 파격적인 혜택을 주어 해외에 유학 중인 한국 과학자들의 귀국을 장려, 연구개발을 수행케 한 것이 주효했다.
그러한 역사적 경험 덕분에 선진국들은 지식 창출을 통해 인류문명의 진화를 가져오고, 국가의 경제·산업 발전에 공헌한 과학기술인들에 대한 존경과 예우에 대한 공감대가 사회 전반에 형성되어 있는 편이다. 또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싶은 국가들에서 반드시 펼치는 정책 중의 하나는 우수한 과학기술인에 대한 확실한 경제적 보상과 예우이다.
외국의 과학기술자 예우 문화와 제도에 대한 현황을 살펴봤다.
노벨상 수상자 배출한 중국…장기적인 과학기술정책과 인력우대 정책 펼쳐
2015년 투유유 중국중의학연구원 명예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중국계 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한 적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중국 국적의 과학자는 처음이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중국의 과학기술자 우대 정책과 장기적인 투자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있다.
중국은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사회주의 문화 건설을 위한 문화혁명을 실시하며 과학기술 분야의 엄청난 후퇴를 가져왔다. 마오쩌둥 사망 후 중국의 새로운 지도자가 된 덩샤오핑은 “지식과 인재를 존중한다”는 사상을 제시하고, 수차례 “과학기술이 곧 생산력”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1990년대 우수한 중국인 과학자를 귀국시켜 첨단기술을 양성토록 했던 ‘백인계획’, 2008년 해외 학자들에게 연구비를 지급했던 ‘천인계획’ 등이 이를 뒷받침 했으며, 2012년 국가인재 1만 명을 키우겠다는 ‘만인계획’에도 노벨상 수상이 기대되는 과학자 100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또한 2007년에는 과학기술진보법을 제정해 과학기술인의 임금과 복리 대우를 향상시키고, 위험환경 근무에 따른 보조금 지급과 해외 체류 과학기술인의 귀국 장려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2년에는 국가고급인재 특별지원계획을 수립하여 리더급 인재에게 ‘국가 특수지지 인재’ 칭호를 수여하고 최대 100만 위안(약 1억 6800만원)의 특수지원비를 제공하고 있다. 원로과학자를 예우하기 위해 마련된 원사(院士)제도는 과학기술분야 최고 권위의 종신 직책으로 원사로 선출된 800여명의 중국과학원 소속 학자들은 중국정부의 차관급 대우와 예우를 받는다.
중국은 제도 및 정책 외에 사회문화적으로도 과학기술인들을 예우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중 하나가 중국의 지도자들이 주요 명절이나 더위 또는 추위가 심할 때 원로 과학자들을 찾아 문안하는 전통이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중국 정부가 선정하는 최고 과학자 수상식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원로 과학자들이 타계할 경우 직접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며 중국 정보와 지도자들이 과학기술자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 역시 재임기간 동안 해마다 과학기술계 원로들을 자택과 병원으로 찾아가 문안 인사를 하고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 방안에 대한 원로들의 고견을 청취했다. 주로 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를 묻고 전문 분야에 대한 대가(大家)의 생각을 들었다.
후진타오의 뒤를 이은 시진핑 국가주석 역시 중국 최고 명절인 춘절(春節) 등이 다가오면 주요 관료들과 함께 국가 원로 과학자의 자택을 찾아 명절 인사를 하며, 과학 인재를 중시하는 ‘과학입국(科學立國) 리더십’을 강조한다.
중국 내각의 40%, 공무원의 70%가 이공계 출신인 것도 중국의 이공계 우대사상을 방증한다.
일본의 과학기술인 지원입법으로는 1995년 11월 제정된 과학기술기본법이 있다. 해당 법에서는 연구원 등의 직무가 그 중요성에 어울리는 매력적인 직업이 되도록 적절한 처우의 확보에 필요한 시책을 국가가 강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돌입한 때문인지 특히 퇴직과기인 활용제도가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먼저, 연구원이 정년에 달하면 위촉연구원으로 채용하여 연구를 계속토록 하고 있는데, 이는 공공기관 뿐 아니라 기업연구소에도 유사한 제도들이 마련되어 있다. 과학기술청에서는 1996년부터 ‘지역과학발전사업(RSP, Regional Science Promotion Program)'을 통해 경력이 많은 원로과학기술자들을 활용하여 지역과학기술진흥지원 및 R&D전략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2002년부터 시작한 지적클러스터사업은 고경력 과학기술인력을 활용하여 과학기술 코디네이터 역할 수행과 연구관리 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재)오사카과학기술센터는 기업체 출신 퇴직과학기술자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기업의 기술개발, 인재육성, 생산성 향상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 경제산업국은 ‘신(新)현역 매칭 지원 사업’을 펼쳐 기업퇴직자들이 가진 기술과 노하우, 네트워크를 중소기업에 전달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JICA(Japan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에서는 중장년층대상 시니어 봉사단 사업을 통해 전문경력을 가진 40~69세의 봉사단을 개발도상국 및 중남미 일본 커뮤니티에 파견하여 봉사하도록 한다.
아시아 지역의 특징은 법률상으로 과학기술인 우대 조항을 두고 있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대만이 가장 앞선 1987년 과학기술인을 위한 법안으로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했다. 해당 법에서는 연구원들 중 희소성, 위험성, 중요성이 있는 연구를 수행하거나 특수환경에서 일하는 과학기술인들을 정부에 별도로 우대하고 보험을 제공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자 중 뚜렷한 공적이 있는 자에게 필요시 장려금을 지급하고 그 공헌에 대해 표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